iRobot 파산은 시작일까? 금리는 내려가는데, 왜 우리는 더 가난해진 느낌일까?

iRobot(IRBT)의 파산 신청 소식은 많은 투자자들에게 묘한 불안을 남겼다. 단순히 한 기업이 무너졌다는 뉴스였을까? 아니면 시장 전체에 던져진 경고였을까?

IRBT는 한때 ‘가정용 로봇의 미래’를 상징하던 기업이었다. 아마존 인수 기대, 기술력, 브랜드 인지도까지 갖췄던 회사다. 그런 기업조차 버티지 못하고 파산보호를 신청했다는 사실은, 지금 시장이 단순한 조정 국면이 아니라는 점을 은근히 드러낸다.

특히 그 이후, 소형주·테마주·한때 돈이 몰렸던 잡주들이 일제히 힘을 잃는 듯한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마치 누군가 스위치를 내린 것처럼 말이다.

그렇다면 질문은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이게 우리가 두려워하던 하이퍼인플레이션의 시작일까?”


금리는 내리는데, 왜 돈은 더 비싸게 느껴질까

많은 사람들이 혼란스러워하는 지점이 여기다.

  • 중앙은행은 금리를 인하하고 있다
  • 인플레이션 지표도 정점 대비 내려왔다
  • 그런데 체감은 더 팍팍하다

이 모순은 어디서 오는 걸까?

핵심은 ‘금리’와 ‘돈의 접근성’은 다르다는 데 있다. 기준금리는 내려왔지만, 실질금리는 여전히 높은 수준이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누가 돈을 쓸 수 있느냐다.

지금 시장에서 돈은 특정 집단에게만 열린다.

  • 현금흐름이 안정적인 대기업
  • 국가·정부와 연결된 산업
  • 이미 규모를 확보한 플레이어

반대로,

  • 적자 구조의 소형 성장주
  • 스토리로 버텨온 테마주
  • 차입에 의존하던 기업들

에게 돈은 여전히 비싸거나, 아예 닿지 않는다.

그래서 금리는 내려가는데도, 시장은 오히려 더 냉정해진다.


체감 인플레이션은 왜 사라지지 않을까

“인플레이션은 잡혔다”는 말이 숫자상으로는 맞을지 모른다. 하지만 우리의 생활은 그렇지 않다.

이유는 간단하다.
물가는 내려가지 않고, 고정되었기 때문이다.

임대료, 보험료, 교육비, 외식비, 인건비.
이런 비용들은 한 번 올라가면 쉽게 내려오지 않는다. 인플레이션 ‘율’은 둔화됐지만, 물가 ‘수준’은 높은 채로 박제됐다.

문제는 그 사이,

  • 임금 상승은 둔화됐고
  • 자산 가격 상승도 멈췄으며
  • 소비 여력은 줄어들었다는 점이다

그래서 우리는 이렇게 느낀다. 

"예전보다 돈을 더 벌지는 않는데, 생활은 왜 이렇게 빡빡하지?"

이건 새로운 인플레이션이 아니다.
과거 인플레이션의 후유증이다.


IRBT는 원인이 아니라 ‘신호’다

iRobot의 파산이 의미 있는 이유는 규모 때문이 아니다.
‘이름 있는 회사도 못 버텼다’는 상징성 때문이다.

이건 시장에 이런 메시지를 던진다.

"이제는 미래 이야기만으로는 안 된다."

그래서 지금 시장에서는,

  • 개별 기업 문제가 섹터 문제로 번지고
  • 결국 소형주·테마주 전체에 대한 회의로 확산된다

이건 공포라기보다, 냉정한 선택의 시작에 가깝다.


그럼 이 국면의 끝은 어디일까

디플레이션일까?
하이퍼인플레이션일까?

둘 다 가능성은 낮다.

  • 전면적 디플레이션을 중앙은행은 용인하지 않을 것이고
  • 하이퍼인플레이션이 나오기엔 통화 신뢰도와 구조가 맞지 않는다

가장 현실적인 경로는 이것이다.

저강도 스태그플레이션,
그리고 선별적 인플레이션의 재점화

즉,

  • 모두가 잘 되는 시장은 끝났고
  • 모두가 망하는 시장도 아니며
  • 버틸 수 있는 쪽만 버티는 시대

로 접어들고 있다.


그래서 지금 시장이 더 피곤한 이유

지수는 버티는데 체감은 나쁘다.
대기업은 괜찮아 보이는데, 주변은 힘들다.

이유는 간단하다.

이제 시장은 ‘시간을 못 버티는 자산’을 가차 없이 버리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비싼 자산보다 위험한 건,
언젠가 잘 될 거라는 가정 위에 서 있는 자산이다.

IRBT는 그 첫 번째 공개 사례일 뿐이다.


마무리하며

지금 시장은 묻고 있다.

"현재 현금흐름이 견조한 기업인가?"
"지금도 살아남을 수 있는가?"

이 질문에 답하지 못하는 기업과 자산은
조용히, 하지만 확실하게 정리되고 있다.

하이퍼인플레이션의 공포보다 더 현실적인 위기는,
‘선택받지 못하는 시대’에 들어섰다는 사실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우리는 지금,
그 경계선 한가운데에 서 있다.